보도자료
[스페이스K] “전기엔진으로 달리는 위성”…국산화 꿈꾸는 공학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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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4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소행성 프시케로 갈 탐사선을 발사했다. 프시케 탐사선은 6년간 39억㎞를 날아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지대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26개월간 소행성 주변을 공전하며 지형과 구성 성분을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프시케는 지구와 같은 행성의 핵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 받는다.
프시케 탐사선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최신 기술이 집약됐다. 그중 하나가 6년간 항해를 도울 추력 시스템이다. 프시케는 전기추력기 중 하나인 ‘홀추력기’를 장착했다. 전기추력기는 화학 연료를 태워 추진력을 얻는 방식 대신 연료를 전기에너지로 가속해 분사하는 방식이다. 전기추력기는 화학추력기에 비해 출력은 약하지만,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프시케 탐사선처럼 장기간 항해해야 하는 심우주 탐사 임무에 적합하다.
오랜 시간 궤도를 유지해야 하는 우주정거장, 인공위성의 임무 기간을 늘리는 데도 활용된다. 실제로 중국이 독자 구축한 우주정거장 톈궁에서도 홀추력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민간 주도의 우주탐사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전기추력기에 도전하고 있다. 박동하 코스모비 대표(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는 앞으로 우주 산업에서 전기추력기의 활용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박 대표를 포함해 5명의 청년 공학자들이 뜻을 모았다.
코스모비는 창업한 지 1년을 갓 넘긴 스타트업이지만, 기술 개발 속도는 빠르다. 이르면 올해 말 초소형 큐브위성용 홀추력기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에 독자 개발한 홀추력기를 단 큐브위성을 처음으로 탑재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우주 기업인 디오빗(D-Orbit)이 우주 검증용으로 2026년 3월 발사하는 장치에도 탑재할 예정이다.
이들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한국도 심우주 탐사에 필요한 전기추력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만난 박 대표는 “2027년까지 기술 검증을 마치고 국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 때가 되면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같은 신흥국도 활발한 우주 개발에 나서 거대한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모비는 어떤 기업인가.
“국내 유일의 전기추력기 개발 기업이다. 지난해 7월 창업했다. 주력 제품은 초소형·소형 군집위성용 홀추력기다. 중형 위성을 위한 홀추력기도 함께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창업해 이제 막 1년 지났지만, 기술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지도교수이자 창업을 함께 한 최원호 KAIST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추력기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 성과와 시설을 이용해 전기추력기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 학생이다. 창업한 계기는.
“정부 과제로 수행하던 큐브위성용 추력기 개발 사업 후반부에 기술 상용화 관련 내용이 있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제품화해서 사업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AIST는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추력기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함께 공부하던 선후배들과 뜻을 모으고 지도교수와 상담했다. 원래 기술 사업화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셔서 흔쾌히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 이후 두 달 만에 회사 설립을 마치고, 다음 달 시드 투자까지 받았다.”
박 대표의 지도교수인 최 교수는 플라즈마 분야의 전문가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상태로,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린다. 핵융합 발전에 플라즈마가 쓰인다. 그는 플라즈마를 이용한 의료기기 기업인 플라즈맵, 핵융합발전 기업 인애이플퓨전을 창업했을 정도로 창업에도 적극적이다. 전기추력기도 연료를 가속하려면 플라즈마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플라즈마 제어가 핵심 기술이다.
–전기추력기가 기존 화학추력기와 다른 점은.
“우선 연료를 가속하는 방법이 가장 큰 차이다. 화학추력기는 연료를 태우고 여기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다. 반면 전기추력기는 이와 달리 전기에너지로 연료에서 전자를 떼내 플라즈마 상태인 양이온으로 만들고, 이들이 양극과 반대로 분사되는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사용하는 연료도 다르다. 화학추력기는 하이드라진, 케로신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반면 전기추력기는 제논 같은 비활성 기체를 이용한다.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전기추력기가 경쟁력이 있다.”
–원래부터 우주기술에 관심이 많았나.
“지금은 KAIST에 재학 중이지만, 학부는 고려대를 졸업했다. 고려대를 다닐 때도 로켓 동아리를 만들어 팀원들과 함께 ‘전국대학생로켓발사대회(NURA)’에 참여했을 정도로 우주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어렸을 때는 발사체 연구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 경험을 하면서 다누리 위성을 본 후 우주 공간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전기추력기를 알게 되고 KAIST에 진학하게 됐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들은 어떤 종류가 있나.
“주력은 초소형 위성용 전기추력기인 ‘허니비’다. 초소형 위성은 무게가 100~150㎏다. 전기추력기는 크기가 작아질수록 기술 구현 난이도가 높아진다. 플라즈마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초소형 위성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량은 100W(와트) 수준이다. 이 수준으로 전기추력기를 동작하도록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코스모비는 지난 20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300㎏급 위성용 ‘허니비 플러스’와 300~600㎏급 중형 위성용 ‘범블비’ 모델도 개발 중이다. 600㎏ 이상 위성에 사용할 수 있는 ‘범블비 플러스’도 2027년 이후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산화에 성공해도 사업성이 있을까.
“전기추력기 사용은 이미 우주 산업의 큰 흐름이다. 국내 사업에서도 전기추력기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7년 발사 예정인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3호가 있다. 천리안 3호는 유럽 탈레스사의 전기추력기를 사용한다. 민간 기업이 개발하는 위성도 마찬가지다. 쎄트렉아이도 프랑스 기업 엑소트레일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기추력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같은 대기업도 해외 전기추력기를 사용한다. 국내 전기추력기 기업이 없다 보니 수요를 모두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전기추력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상용 발사를 시작하면 위성 발사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이외에도 심우주 탐사, 우주 화물운송 같은 수요도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추세와 함께 전기추력기 산업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추력기 성능은 이미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입증됐다. 스타링크 위성도 전기추력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주통신 산업은 중국, 유럽, 일본에서도 주목하는 만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기사 원문 : [스페이스K] “전기엔진으로 달리는 위성”…국산화 꿈꾸는 공학도들 - 조선비즈 (chosun.com)